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흑수리반) 2부 홍화의 장
배고픔을 원동력으로 후기를 써보자… 사실 들어가기전에 흑수리 제국루트는 J나이브하단 이야기를 듣고 들어간거라 별 달리 기대가 없었어서 그런지 다른 루트랑 비슷하지 않나? 내지 청사자나 흑수리나 그렇게 다를건없을지도… 라고 생각한 점이 조금 있었어ㅋ 아무튼. 후기가 자세한 건 아무래도 이래저래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서라고 생각해요.
1. 에델가르트와 에델가르트의 동기에 대하여
사실 에델가르트가 교단을 무너트리겠단 생각을 하게 된 이유야말로 제국의 황제가 오랫동안 교단의 꼭두각시였어서? 신의 꼭두각시로 살아왔어서? 아버지를 통해 벗어나고 자신에게 문장실험을 하게 만들어 형제자매를 다 죽여버린 이 세계를 뒤엎기 위한… 전체적으로 일본이 원하는 세계의 질서를 바로세우고 싶어하는 혁명(희망)루트였다고 생각함… 아마도. 에델가르트도 자기가 바라는 세상이 뭔지는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아. 배경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하지만….
에델가르트의 이 동기가 완전히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ㅋ 신의 간섭을 받는 세상이 신을 벗어나고 신화를 벗어나 인간의 시대를 쓴다… 라는 내용은 사실 꽤 클리셰적인 이야기야. 이게 아예 실패는 아니라는게 벨레트의 심장이 다시 뛰고 머리색이 돌아오는 부분에서 보여준다고 생각함. 디미트리의 말대로 피와 시체위에 쌓아올린 미래가 좋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고요 (전쟁에 찬성하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이 게임은 '전쟁이 반드시 일어나도록' 디자인된 게임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전쟁을 일으켜야 하며 그게 에델가르트이고 전쟁에 얼마나 정당한 명분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는 관점에서 미루어볼때 인간의 시대를 위해 전쟁을 한다 라는 주제가 판타지물에서 그렇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거. 애초에 풍화설월이라는 건 내 친구와 싸우는 이야기에서 갈등과 재미를 찾는거니,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절대 악으로 만들 수는 없어.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풍설은 노력했다? 고 생각함 그냥 세이로스 교단을 더럽게 만들어서 더러운거 vs 더러운거로 한 것 같긴 한데요. 아무튼.
제국 내에서 교단을 추방하고 교단과 반복했던 시기에 뭔가 일이 있지 않았을까 라고 간단히 추측함 그게 아니라면 제국이 교단에게 반기를 들기도 쉽지 않았을거야….
2. 디미트리와 청사자반
망집의 왕아… 사실 흑수리 루트를 하고 나면 청사자 루트가 다시 보일 수 밖에 없는데, 난 그런 의미로 진짜로 나이브한 루트는 청사자라고 생각한다. 사실 진실을 모르고 칼을 휘두르면 승리를 얻어도 찝찝함을 얻을 수 밖에 없는데 흑수리나 청사자나 이런 면에서는 똑같다고 생각함. 모든걸 책임질 각오로 전쟁을 일으킨 에델가르트조차 사실 세상의 정말 중요한 부분은 모른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 내가 신의 화신이란걸 알려줘서 고맙긴한데…. 쨌든. 그런 의미에서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전쟁을 장악해버린 청사자루트의 디미트리가 만인의 환영을 받으며 세상을 통치하게 되는 청사자 루트야 말로 너무 나이브하지않아? 세상이 그렇게 쉬워? 라는 느낌이 들어ㅋ 그런의미에서 제게 두 루트는 비슷했네요 청사자 루트가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건 그들이 피해자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에 명분을 가질 수 있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 명분이라는 건 그냥 세상을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거지 않았나… 디미트리가 전화를 막기위해 행동한 일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마땅하다는 건 알고있지만 여기에서 흐른 피야 말로 세상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어떠한 진실도 드러내지 못한 채 무의미하게 흘러버린 것 같다… 뭐 디미트리 책임이란 건 아닙니다 나쁜놈들이 나쁜거니까요
3. 흑수리반 말인데…..
이게 세계의 진실이 어느정도 자극적으로 드러나는 루트라 그런진 몰라도, 메인의 중요한 설정이 흑수리반 아이들에게 전달-반영되지 않으면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교단을 믿지 못해서 싸운다. 라는 내용 자체에는 다들 어느정도 의식하고 있지만, 교단을 왜 믿지 못하며 어째서 이런 형태가 됐는가를 자세히 탐구하지 않음. 근데 이렇게까지 정치에 관심없어도 괜찮아? 너희가 사람을 죽이는 이유라고?ㅋㅋㅋ 근데 다 선생님을 믿으니까, 에델가르트를 믿으니까, 뭔지는 잘 몰라도 너희를 따라갈게. 라는 내용으로 귀결되어버려서 이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듦. 오히려 개인에게 동기가 있는 리시테아와, 지독하게 현실적이라서 신의 세계와 맹목적인 기사도에 끝을 찍으려 할수있지 않을까 (모름 나도) 싶은 펠릭스가 차라리 더 자연스러웠어. 너흰 뭐야. 웃음이 나와? 청혼할 때야? 의문점이 아예 없어?? 그건 아니잖아 ! ! ! ! !
하지만 게임의 시스템이 지원회화에서 개심각한 고찰을 할 수도 없고…. 일단 내 지도학생이고 내가 조종해야 할 유닛이 있어야 하니 납득은 하지만 여기서부터 살짝 괴리감이 들기 시작했달까ㅋ. 애들이 스토리 진행되면서 보이는 모습도 좀 일률적이야. 어차피 반드시 이곳에 존재하게 되는 학생들이라면 좀 더 개입시켜줘도 됐을 것 같은데… 페르디난트 카스파르 "여기까지 왔으니 이기자 욧샤!!" 도로테아 "하지만 아는사람에게 칼을 겨눠야 하다니…" 페트라 "그것이 삶의 방식입니다" 의 원툴 대화 반복ㅋ 알았어 알았다고.
4. 페트라와 샤미아
샤미아야 데려온 나의 원죄라 치자. 근데 페트라는… 하.ㅋ 근데 브리기트와 다그다라는 외적이 있단 설정부터 그 부딪힌 주축이 제국인데 이 두사람이 홀라당 협조한단 내용이 오히려 가장 내 마음을 차갑게 했어…….. 그야 뭐 침공한건 저쪽이지만…. 페트라는 인질같은건데…. … 속국이지만 언젠간 대등하게 악수하기위해 노력하겠다니 이런걸로 괜찮은건가…. … … 됐다.
5. 결과적으로
게임의 메인 이야기에 다가서는 만큼 의미는 있었어요. 청사자반애들이 유리정원에 갇힌 아이들이란 건 알고있었지만 내막을 알고보니 더 씁쓸하긴 함. 더러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기위해서는 청사자반 처럼 살아야 하는 것 같긴 해. 오히려 이건 이 세상에서 옳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 싸울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결과를 쟁취하고 행복해할 수 있었다는 거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행운인가… 싶기도 하고 ^.ㅜ 그 아이들이 그걸 바라진 않을지라도.
내용이 좀 풀리다 말아서 흥미롭게 금사슴반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단 점에서 게임 의욕이 죽지는 않은듯. 나름대로 의의는 있는 루트였고 전쟁을 일으킨 업보는 뭘로도 덜어낼 수 없지만 게임의 메타적 사정이 이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단 점에서 그렇게까지 나를 차갑게 만들지는 않은 듯. 그래서 교단이 제정신인가에 대해서도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어….
번외로 클로드 말인데.
캐릭터성 진짜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만 너무 좋은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서 반대로 꺼려지는 부분도 있다. 뭐라고 해야하나. 이 더러운 싸움에서 중립의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는 거 현명할지언정 나에겐 이것도 썩 그렇게 좋진 않은데 (누구나 재앙을 피하고 싶겠죠 퍼거스도 피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해관계의 천운이 아니었다면 이런 태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진실을 가지고 있는 루트라니…. … 뭔가 기대되는 만큼 조금 걱정돼ㅋ 흑수리는 기대를 하지 않았어서 오히려 걱정이 없었어.
마지막으로 추가.
그나저나 이거 진짜 2회차 상정된 루트같다. 그냥 추천순서지 필수 코스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런 전개면 청흑금의 순서가 그냥 필수같아. 청사자가 첫번째가 아닐수가 없달까 작법이란게…..